저는 요즘 tvn 드라마 <환혼>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장욱은 대호국의 장관급 명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죠. 하지만 그의 출생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그가 술법을 배울 수 없게끔 몸을 허약하게 만들고, 내 아들에게 술법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멀리 떠나 버립니다. 그는 열 두 스승을 전전하지만, 어느 스승님도 술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배우지 못합니다.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술법을 배울 수 없는 자신의 몸을 고쳐주고, 술법까지 가르쳐줄 스승을 반드시 찾기로 한 것이죠. 궁하면 통하는법, One thing에 집중하고 준비가 되자, 그 앞에 완벽한 스승이 나타납니다. 스승은 그의 기문을 열어줄 방법도 만들어주고, 제자가 성장할 수밖에 없도록, 주위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갑니다.
스승이 있으세요?
'스승'이란 말은 이제 무협지에나 나오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스승의 날'은 5월 15일마다 찾아오지만, 자신의 마음에 간직할 고마운 스승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져버렸습니다. 참교육, 참스승이란 단어도 희화화되어 사용되는 요즘이지만, 저는 판타지 무협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스승님이나 멘토를 3년전부터 간절히 찾고 있었습니다.
솔직히는,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쓰앵님’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강좌를 수강하거나 책을 사고서는, 곧 의심해버리고 전적으로 믿질 못해서, 끝까지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용어정리]
롤모델 : 역할 모델로 뛰어난 성과를 내었고, 여러 면에서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남긴 분
멘토 : 동시대 살아 있으면서, 내가 그 분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관계인 경우
쓰앵님 :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온 입시 컨설턴트에서 나온 용어. 비용도 비싸고 인격도 신뢰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해결사
운 좋게 끝까지 배우더라도, 교육서비스 업계의 독한 마케팅에 반감을 가졌습니다. 고액을 지불한 수강생들도 단톡방으로 가두리를 하고, 홍보글을 읽게하고, 줄 세우기를 시키는 과정에서 짜증이 났습니다. 교육비는 냈지만, 원하는 성과를 못 내고 있던 저의 가슴은 먹먹해졌죠. 저의 이런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해주고, 이끌어줄 스승이 있기를 막연하게 바랐습니다.
지금 내 문제를 해결해주고, 성장까지 책임져 줄 완벽한 누군가를 스승으로 찾고 계신가요?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도 완벽한 사람만이 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저처럼 믿는 분이 계실까봐 제 경험을 공유합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스승님으로 모실 조건은 이랬습니다.
1) 살아 있어야 한다. 조언을 받아야할 것 아닌가?
2) 성과를 무지막지하게 냈었고, 지금도 내고 있어야 한다.
3) 내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내게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4) 업계 관계자, 동료, 제자들에게도 존경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5) 가족들에게서도 사랑받고, 좋은 부모, 자식의 역할을 다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한국에서는 특히 스승을 찾기 어렵고, 찾은 후에도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한국만의 특이한 나이 문화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만 배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은 나이로 서열화하는게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죠. 나이가 몇살 많다는 이유로 형이라 불러야 하고,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친구는 나이가 같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닌데도 말이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자기보다 '아래 등급'으로 취급하며, 그들에게서 배울 기회들을 차버립니다. 이런 나이문화가 한국 사람들에게서 '스승'을 찾는 수많은 기회를 빼앗아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여왕의 교실> 기자회견 때, 모 배우님이 '아이들은 애들일 뿐이고 그들은 가르쳐야할 존재들이지,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내 직장에 후임으로 들어온 신입 직원이 아무리 뛰어난 점이 있다하더라도, 그에게서 좋은 점을 배우려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40대 이상의 지인들에게 자청님이나 김성공님 같은 창업가들의 책이나 강연 내용에서 좋았던 걸 얘기해보면, 좀처럼 감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책 잘 썼더라" 하고 마는 수준에서 그쳐 버립니다.
둘째, 인터넷 보급 때문에, 스승의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기 전, 1995년 즈음만해도,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전문지식뿐 아니라 상식도 풍부하며, 인생에 대해서도 성찰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이 대중화된 2000년 즈음부터 젊은이들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스승님은 모르는 걸 알려주기 보다는, 큐레이터, 코치, 멘토, 롤모델로서의 역할로 바뀌게 됩니다. 내용을 쉽게 풀어주는 사람은 ‘1타 강사’가 되고요. 인터넷은 이제 우리 손에 붙어 다니며 24시간 우리와 함께 하니, 스승님들을 찾을 시간도, 스승님의 강의를 들을 시간도 점점 줄어만 갑니다.
셋째, 인간 수명의 연장 때문에, 스승은 제자와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조선시대 평민들의 평균 수명은 몇 살이었을까요? (참고로 조선 왕의 평균 수명은 47세, 고려왕은 42.4세입니다.) 조선시대 평민들의 수명은 35세 안팎이나 그 이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30대 후반은 노인으로 분류해서, 주로 서당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평균 수명은 남녀 공히 70세를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스승님이 오래 사시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래는 스승님이 곧 돌아가시면 그 비법과 고객명단(DB)을 제자가 계승하면 되는데, 스승님이 오래 사시고, 은퇴도 하질 않으시니, 곧 제자의 경쟁자가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사제지간이 원수사이로 되는 모습들을 종종 봅니다. 제자는 스승에게 배운 내용으로 성장하고, 고객들을 모집하고 싶은데, 스승은 자신을 홍보모델로 사용합니다. 제자는 계속해서 자신의 스승님께 손님들을 빼앗기니, 협업을 몇 번 하다가도 결별을 하기도 합니다.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웠다는 어느 작가님이 큰 성공을 거두자, 스승이 제자의 흑역사까지 거론하며 '그 작가를 뒷바라지하고, 가르친 건 나'라며 저격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지요.
완전경쟁 시대, 스승도 제자를 봐줄 필요가 없고, 제자도 스승을 뛰어넘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눈 앞에 있는 선생님들이나 강사들은 여러분들의 라이벌이에요. 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하는데, 강의장엔 성공한 강사들보다, 수강생들이 이렇게도 많이 모였을까요?"
제가 첨부한 사진에 나오는 일본의 사업가 롤란드가 자기계발 강연에서 했던 말입니다. 그는 사람마다 성공하는 방식은 다르며, 그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타인의 성공 방식은 참고만 할 뿐, 그 방법에 대해 의미부여하지 말라고도 얘기합니다.
완벽한 스승은 절대 없으니, 너무 기대를 하지 말라는 얘기로 뻔하게 끝난다면 원씽 브릿지가 아니죠? 여러분들은 최고의 스승님을 찾으셔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배울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에게 배우면 됩니다.
왕초보 골퍼는 김세영 프로나 박인비 금메달리스트 같은 분들보다 동네 티칭 프로에게 배우는 게 낫지 않나요? 하는 의문도 들겁니다. 맞습니다. 취미로 골프를 배우신다면, 일류 골프선수들에게 레슨을 받을 것까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분이나 여러분이 프로 골퍼가 되시려거든, 반드시 프로골퍼에게 배울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저는 중문과를 나왔습니다. 동기들 중에서 중국어를 제일 잘했고, 졸업도 최우수로 했습니다. 한자도 싫어하고, 중국 문화도 관심 없어서 중국 드라마나 영화도 안 보던 제가 중국어를 잘 했던 이유는 뭘까? 이번 글을 쓰며 분석했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잘 했던 이유는 저의 첫 선생님이 엄청난 실력자였고, 같이 배우던 학생도 영재였으며, 수강생이 적어서 거의 2:1 과외처럼 집중 교육을 받은 덕분입니다. 2004년 중국어를 처음 배우던 시절, 그 중국어 선생님과 거의 사랑에 빠질 정도로 황홀함을 느꼈습니다. 수업 때 녹음한 걸 2번씩 더 듣고 따라하며, 책 내용을 달달 외웠습니다. 그 때 완벽한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의 비결은 좋은 스승님과의 우연한 만남 덕분이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최고의 스승을 찾아서, 그 분의 가르침대로 일정 기간 정교한 훈련법으로 시간을 투자하고, 피드백도 받아 보세요. 그 분이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면 좋겠지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누구나 아픈 가정사가 있을 수 있고, 약점도 있습니다.
스승이 없다면, 배움의 과정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자님이 가려는 길을 먼저 걸었던 사람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시행착오를 미리 거쳐서, 되는 방법을 찾아낸 사람도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도널드 럼스펠드가 썼던 <백악관에서 일하는 법>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백악관에서 일했던 선배들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라"
"새로운 실패를 해라. 전임자가 했던 똑같은 실패를 하지마라"
다시 드라마 <환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주인공 장욱은 처음부터 스승 무덕에게 애정을 느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극 초반에는 전혀 로맨스로 발전할 기미가 전혀 없었거든요. 장욱의 스승인 무덕은 장욱의 상태와 잠재력, 심성 등을 다 꿰뚫고 있었으며, 그를 성장시키기 위해 환경을 만들어 나갑니다. 장욱의 몸에 기력을 넣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진 고문을 견딥니다. 목숨까지 걸면서요. 스승이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모습을 보며 제자 장욱은, 스승님에게 연정을 품습니다. 즉 스승인 무덕은 부모의 사랑과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장욱의 훌륭한 심리 컨설턴트였습니다.
저도 제가 성장하려는 분야에 좋은 스승을 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지난 3년간 치열하게 생각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도 늘 대화주제로 나눕니다. 페이스북 마케팅 공부해야하는데 어디서 배우지? 하는 식으로요. 독자분들 중에, 좋은 스승을 찾는 노하우가 있거나,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꼭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이메일, 원씽 브릿지 후기 남기기 등으로 남겨주시면, 저희 에디터들이 함께 보고 답변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에는 부디 좋은 스승님도 만나시고,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멘토가 되시는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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