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순서]
1.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로이린 2.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마드쏭 3. 올해 가장 잘한 일 - 근비대 -에디터P 4. 나를 위해 바꾼다- 패러다임, 관점의 전환 - 러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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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by 로이린
임팩트가 있던 2012년, 한 해 업무 자료를 모두 비웠다. 그동안 버릴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부여잡고 있었다. 2012년은 내겐 꽤나 재밌고도 기억에 남는 해였기 때문이다. 업무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회사의 목표로 매주 업무 강화 교육 및 어학 강좌가 있었다. 거기에 인문학 교수 초청까지, 그야말로 업무 전문성을 위한 열정의 한 해였다. 어쩌면 그때의 자료들이 추억 사진 같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꽤나 오래도 들고 있었네...’
‘과거의 자료에서 얻을 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지.’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데이터를 노하우라 말하기 어려워졌다. 불과 연 초에 세웠던 사업 계획 목표가 지금에선 정반대가 되었다. 목표를 잘못 세운 것이 아니다. 급변하는 속도에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린 게 되었다.
오랜만에 집 물건들을 정리했다. ‘언젠간 쓰겠지. 아직 새건 데. 버리긴 아까워.’라며 쌓인 짐들은 마음 한구석을 어지럽혔다. 게다가 심플하게 살고 싶다며 수납장도 최소화한 집이라,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는 협소함이 영 불편하던 터였다. 이참에 안쪽 구석구석 물건들을 들춰낸다. 주방 수납장이며, 화장대 서랍장, 창고 안까지, 작정하고 꺼내놓았다.
‘꺼내놓고 보니, 뭐가 이렇게 많아... 한 짐이네~’
‘참 쓸데없는 것들조차 못 버리고 끌어안고 살았는지, 버리면 금세 가벼워질 텐데!’
아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대부분은 존재 유무조차 몰랐을 것이다. 예전엔 설레던 것들이 지금은 없어져도 모를 그저 그런 것이 되었다. 세월에 물건 색이 바래 듯 내 마음도 변했고, 그때는 좋았던 것이 지금은 아닌 게 되었다.
이제 곧 있으면 새해를 준비할 시기다. 이번 새해 계획은 그저 비우기로 했다. 보통은 새 다이어리를 사면 가장 먼저 내년도 계획을 적는다. 그러다 보면 빈 페이지를 채우려 억지로 계획을 밀어 넣는 경우도 생긴다. ‘이 정도는 써놔야지, 이루지 못하더라도 일단 적고 보자, 적으면 하게 되겠지’라며 목표를 빼곡히 세우는 거다. 그렇게 적힌 계획들은 나를 움직이게도 하지만, 때로는 내 발목을 잡고 무겁게 한다.
잠깐 국민 MC 유재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 배우가 단편 드라마에서 만난 유재석 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유재석 씨는 연기할 생각이 없어요?”
이에 유재석은 “저는 계획 없이 살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가 한 말의 의미는 막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힘을 빼고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일 거다. 과도한 계획 속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는가? 미래를 위한다며 현재의 나를 괴롭히는 건 아닐까? 내년도 계획은 힘을 좀 빼보자. 단지 좀 가볍게 움직여보는 거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
하나씩 바꿔보면 가볍게 나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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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by 마드쏭
“난 인기가 없어. 한쪽만 있는 쌍꺼풀을 없애면 인기가 많아질 텐데”
초등 4학년이 되자 외모와 친구들과의 관계에 부쩍 예민해진 딸아이다.
“엄마. 윤이가 나 빼고 시현이랑 둘이서만 얘기하면 날 따돌리는 거 아냐?” “응?”
상황을 들어보니 태권도 수업 전, 나란히 옆에 앉아있던 동생과 친구 한 명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본인에게는 말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돌리려고 한 것보다 옆에 앉아있으니 얘기 나눈 것 같아. 연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먼저 말하면 되지 않을까?”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에는 집중하고 자신있어하는 아인데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자신 없고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며 친구들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당연한 성장 과정이지만, 친구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힘만 있으면 될 텐데… 남들의 반응에 연연해하기 보다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자기 사랑을 키워주고 싶다.
21년 초에 내가 운영하던 팟캐스트에서 ‘나는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를 100번 말하며 녹음한 적 있다. 계속 그 말을 할수록 가슴엔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그제야 알았다. 나 또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인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원하고,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이라도 자신이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을 위해 보낸 시간이 행복할 수 없다. 사랑받고 싶어서 베푼 친절은, 자신이 베푼 만큼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불만과 화가 쌓이고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주변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고,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결국 자기 사랑 없이는 행복을 누릴 수 없고, 타인의 인정과 사랑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완벽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사랑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100% 있다는 것만 확실할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을 하려고 하면 내게 부족한 것이 먼저 보인다.
학창 시절 나도 그랬다. ‘만일’을 위해,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 하는 것이 좋은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전략 과목을 만들기보다 자신 없는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내신 점수 관리는 되었지만 정작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찾지 못했다. 대체 나와 맞는 길은 뭐야? 내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방황하며 남들이 하라는 대로, 남들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갔다. 그렇게 꿈은 잊혔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를 사랑했다면 부족한 과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관심 있고 좋아하는 과목을 찾아 더 집중했을 것이다. “난 A는 잘 하지만 B는 못 하는구나?” 자신이 못하는 B를 보며 자신을 질책하거나 한숨 쉬는 대신 잘 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더불어 살아간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서로 도우며 살라고 말이다. 서로 자기만의 강점을 발휘하며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된다. 못하는 부분을 잘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최상화 시키는 것이 자신에게도, 사회에도 이롭다.
다른 엄마들처럼 내 아이가 국·영·수를 잘했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려고 한다. 큐브, 바둑, 피아노, 태권도, 로봇 만들기 등 아이가 아플 때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하고 즐기는 일들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더욱 잘 하게 된다. 작은 성공 경험들은 아이가 능동적이고 자신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가 좋았다. 하지만 내가 삶의 주인으로서 살기 시작한 작년부터는 가능한 그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랑은 ‘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 아이가 남으로부터 관심과 사랑받는 인기 많은 아이가 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남의 인정이나 사랑 따위를 구걸하지 않고 당당히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자만이나 잘난 척하는 것과 다르다. 자만과 잘난 척은 자기 자신의 단점은 외면하고 잘난 부분만을 보며 다른 사람은 무시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을 모두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자신의 장단점을 수용하듯 다른 사람의 장단점도 포용하고 너그러워진다.
세계적인 성공학의 거장, 브라이언 트레이시를 행복한 성장으로 이끈 마법 같은 주문이 “I like myself.”다. 요즘 내 아이는 “나는 나를 좋아한다.”를 열 번씩 하고 스스로 미소셀카 인증사진을 찍어 키위앱에 올린다. 마법 주문은 나의 제안이었지만 미소셀카는 아이 결정이었다. 일단 30일 미션이다. 시작한 지 3주가 넘었는데 아이 얼굴에 웃음이 더 많아져 도치 엄마 눈에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항상성을 가질 때까지 최소 6개월은 지속하고 싶다.
조만간 아이와 ‘셀프 칭찬 & 감사’도 할 예정이다. 잘 하는 것은 잘 하는 대로 감사하고, 못하는 것은 못 하는 대로 감사할 것이다. 잘 삐지고 울며 쉽게 상처받는 아이가 ‘자기 사랑과 셀프 칭찬 & 감사’로 자존감을 높이고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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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P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에 나온 마동석은 지금과는 딴 판일 정도로 왜소하다. 함께 출연한 황정민과 몸집이 비슷해 보인다. 2015년부터 그의 몸집은 점점 커져서 100kg가 넘는 거구가 되었다.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2009년 촬영 중 6m 높이의 폐공장 계단이 무너지면서 추락해 중상 사고를 입었다. 척추 두 개 골절, 어깨는 아예 가루가 되다시피 했고 아킬레스건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2012년부터 영화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휴식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재활 치료와 근비대로 통증을 이겨냈다. 비슷한 사례로 가수 김종국도 있다. 그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척추 측만증이 심해서 헬스를 시작했고, 허리 통증을 이겨냈다. 배용준과 권상우, 비의 트레이너였던 임종필씨도 역시 척추측만증을 이겨내기 위해 운동한 사례다.
나에게는 10년 넘게 갖고 있는 몹쓸 병이 있다. 퇴행성 관절염이다. 비 오기 하루 전날은 아무 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목과 허리, 어깨가 아프다. 일기예보 보다도 정확해서, 비가 올지 안 올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병원, 한의원, 도수치료, 카이로프랙틱까지 다니며 돈도 몇백만원 썼다. 어느 의사 선생님은 나보다도 더 어린 나이에 더 심한 환자들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남들보다 노화가 빨리 온 것을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슬펐다. 아픈 것, 무기력한 것은 너무도 견디기 싫어서 방법을 찾았다. 헬스로 근육을 키우면 자세교정도 되고 마동석, 김종국님처럼 재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냈다. 그런데 아주 지루하고 외로운 운동이라 하기 싫었다. 게다가 다음 날 엄청나게 근육통으로 고생해야 하고, 업무 효율까지 망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서 계속 미뤘다. 1년에 몇 번 가지도 않는 헬스장은 코로나로 폐업했고, 나는 비오기 전 날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나는 아주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운동 좀 하고, 보충제만 먹으면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여성분들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크기와 양은 테스토스테론과 성장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에, 여자분들은 이런 걱정을 전혀 하실 필요가 없다.) 내가 운동을 안 가는 것은, 괜히 운동했다가 근육이 커지는 게 싫어서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약 100년전까지도 유럽에서는 누가 자신을 모욕하면,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남자들은 반드시 무술을 배웠지만, 현대 사회에서 근육을 크게 키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선수나 경호원 같은 직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근육 키울 시간에 돈을 벌고, 지식을 쌓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특히 상체에 큰 근육이 있으면, 축구나 등산, 마라톤 같은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하기도 어렵다. 45분간 축구장에서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것만 운동이며, 야구나 골프는 ‘레저’라는 오해를 한 것이다.
야구 선수들이나 역도 선수들이 얼마나 고된 훈련을 하는지는 모르고, 나는 ‘실전 근육’ 운운하면서 큰 근육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했다. 나의 이런 생각은 유튜버 흑자헬스님의 영상을 보고 완전히 바뀌었다. (제목 : 헬스 근육 vs 실전 근육)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근비대를 한) 걔한테 실전 근육은 뭐에요? 길거리 돌아다니는 거, 헬스장 가서 헬스하는 거. 그게 실전이야. 내가 주말에 민소매 입고 시내 나가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오 저 사람 몸 좋다" 그게 실전이야."
또한 리섭님의 연애강의에서도 근비대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연애를 못 하는 남자들의 이유는 한 마디로, 찐따 같아서에요. 그들은 타인에게 원초적인 위압감을 조금도 주지 못합니다."
이 두 분의 영상을 본 뒤부터 조금씩 내가 갖고 있던 생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자청님이 말하는 자의식이 해체된 것이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작년 10월 자청님을 바로 앞에서 만났던 것과 그가 근육과 남성호르몬에 대해 강조했던 글들이 생각났다. 시간당 7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비용을 내고 PT를 받는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합리적인 소비라고 느껴졌다. 유튜버 흑자님도 학창시절에는 어려운 형편과 왜소한 체구로 학교 폭력을 당했지만, 동생과 헬스를 하면서 그걸 극복해낸 스토리가 있다. 자신 없고, 소심한 내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목적으로도 근비대가 답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고 싶어서, 난생 처음 PT도 받고 있다. 내 친구들 몇몇에게 말하니 핀잔이 돌아온다. 인터넷에 운동하는 방법이 널렸는데 그걸 왜 시간당 8 만원이나 내고 수업을 듣냐는 거다. (내 경우는 재활 피티라서 일반 피티보다 시간당 만원이 더 비싸다) 80 만원을 냈지만, 나는 전례 없이 식단 조절까지 하면서 운동을 착실히 하고 있다. 특히 비싼 피티비가 아까워서, 친구들에게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식단도 잘 지키고 있다. 예를 들면, 합성 가공식품, 아이스크림, 밀가루음식(빵, 면, 과자), 주스, 튀김, 치킨, 커피 등을 싹 끊고 세끼를 잘 챙겨 먹으며 지내고 있다.
이 중 커피는 끊자마자 5일 만에 큰 효과를 봤다. 물론 작년에도 커피를 세 달 넘게 끊은 적이 있지만, 그땐 별 다른 점을 못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설탕, 밀가루, 튀김, 배달음식도 안 먹으면서 운동까지 하니, 2 주만에 몸이 훨씬 좋아졌다. 밤 늦게 잠이 안 오는거 없어졌고, 깊은 숙면이 가능해져서, 낮엔 쌩쌩하고, 배탈이 안 난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 체질과 습관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에 PT는 잘 한 것 같다. 역시 돈을 쓰면 습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배웠다.
2 주만에 큰 목표를 먼저 달성했다. 비 오기 전날 겪던 끔찍한 근육통이 감쪽 같이 없어졌다. 요즘은 문을 나설 때 밖에 비가 내리는 걸 보고 놀란다. 평소엔 전날부터 컨디션 난조로 바로 알았을 텐데 말이다. 5년전 혹은 10년 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몇가지 해준다고 해도, 반드시 근육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몸을 키우면서 정신도 단련하는 것이 매우 크다. 사소한 것이지만 힘든 것을 이겨내면 다른 일도 자신있기 시작할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내도 집 근처 필라테스 센터에서 운동하고 있다. 첫 수업을 다녀온 후 그녀는 “1시간이 마치 2시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출산 후 여전히 만삭 때 몸무게로 9년 가까이 살아오는 아내에게 지난 5년동안 그렇게나 운동하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욕만 먹었고 부부싸움의 시작이 되었다. 집안일과 육아에 더 참여해서 운동할 시간과 체력을 좀 달라는 얘기다. 이번엔 ‘근비대’라는 목표를 가졌고, 내가 먼저 식단 조절하고 성격도 밝아지니 아내도 드디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젠 열살 배기 아들이 운동을 습관화하게끔 놀이로 같이 해보려고 한다. 아빠의 근육 뿐 아니라 좋은 생활습관까지 잘 가르쳐 주고 싶다. 독자분들도 체중 감량이나 근비대에 관심이 있다면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부터 알아보고 등록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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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너
지난 8월15일, 2년 동안 모이지 않았던 모임에 참여했다. 회장님의 동의를 얻어서 내가 추진하게 된건데, 회원들의 근황과 고민을 나누다 자연스럽게 모임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의 의견을 말하면서, 회장과 나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생각한 것은 회장은 모임의 장으로서 모임을 진행할 의무와 책임을 가진다는 거였다. 그러나 회장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회장은 코로나 초기에 비대면으로 모임을 열긴 했으나 회원들의 반응이 별로 없었고, 그 후로 각자가 바쁘고 여러 사정이 있어서 자연스레 모임의 의미가 옅어졌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나의 요청에 당황한 것이다. 또한 자신이 회장인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해 다른 회원도 모임을 열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 부분도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그 회장은 나의 모임 요청이 뜬금없다고 말했다. 그 회장의 ‘관점’에선 맞는 말이었다. 둘 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두고 사실을 얘기하고 있는데, 인식하는 것이 달랐다. 한쪽은 노랗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은 파랗다고 하고 있으니 누가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선배가 내가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기회가 생겼다고 얘기하니 잘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얘기 도중 내가 그 사람의 말을 이해 못하니 ‘너는 글쓰기를 가르칠 자격이 없어! (중략) 솔직히 말해서 네가 세상에 내세울 만한 게 있지도 않잖아’라고 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선 맞는 말이었다. 다만 그 사람은 선을 좀 넘어서 얘기했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은 패러다임(관점)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 한다.
당신이 이 패러다임(관점)을 바꿀 수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패러다임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내가 읽은 댄 그레일링의 글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생활했던 친구가 남아프리카로 돌아오는 길에 런던의 헤스로우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커피 한 잔 사 들고 쿠키 한 봉지를 손에 든 그녀는 무거운 짐을 끌고 빈 테이블을 향해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그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신문 너머로 보니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자기 테이블에 앉아 쿠키를 자기 것인양 먹고 있었다. 아연질색한 그녀는 그와 얼굴을 맞대기 싫어 팔만 쭉 뻗어 쿠키를 하나 집어 먹었다. 1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또다시 쿠키를 먹고 있었다.
쿠키가 마지막 하나 남았다.
그녀는 화가 났지만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쿠키를 반으로 쪼개, 반쪽은 그녀 쪽으로 밀어 놓고 나머지 반쪽은 자기 입으로 가져간 후 일어서더니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그녀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비행기표를 꺼내려 핸드백을 연 그녀는 백 안에 쿠키 한 봉지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 남자의 쿠키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화를 읽고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는 상당히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정말 인성도 좋고, 괜찮은 평판을 가진 사람이 나와 만나게 됐는데, 마침 그 날 나의 기분이 정말 엉망진창이라고 하자.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또 나는 정말 행복하고 좋은 상태인데, 다른 사람이 기분이 안 좋아서 나에 대해서 안 좋게 볼 수도 있다.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사실이 아닐 수 있고,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나는 그 사람의 얘기를 10분, 1시간 정도만 듣고서 이러이러하다고 조언하거나 판단하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은 그 고민을 하기까지 24시간 내지, 1년, 3년 이상 가졌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당신은 그 사람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 24시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깨달은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가능하다. 둘째,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어려워한다. 나와 갈등과 오해가 있는 사람은 그 사람만의 패러다임(관점)을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셋째,이해하게 되면 ‘공감’하게 된다.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면 그 사람의 관점이 나에게 들어오며, 마음의 결을 맞추게 되고, 그럴 수 있겠네, 그렇구나 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건 넓은 마음을 갖추는 훈련이기도 하다.
이걸 개인에게서 확장해 보면, 조직과 공동체, 가정은 어떤 관점을 가진 사람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과거에 내가 겪은 경험과 지식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이 바뀌고 의식 수준이 올라가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렇게 바로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단계가 있고 시간이 걸리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말로서 사람이 바뀐다면 이 세상은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 사람의 상황을 제대로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당신이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사실을 얘기해도 제 3자는 다르게 말할 수 있다.
만약에 당신을 비롯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이 관점을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시너지와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이건 팀워크와도 연결된다. 우리 모두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단 이 부분엔 ‘노력’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모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결이 맞는 사람,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고 즐거워하는지도 모른다.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당신의 성향과 습관을 알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의 과거의 경험과 기억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건 큰 변화다. 내게 익숙한 것을 떠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게으름과 귀찮음을 버려야 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저는 앞을 못 봅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있는 장님의 구걸을 생각해 본다. 그 사람은 어둡고 침울한 표정으로 돈을 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지나가던 작가는 다른 관점으로 푯말을 다시 써 주었다. ‘봄이 왔는데, 정작 저는 봄을 보지 못하네요.’ 작가의 관점이 글 속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장님의 동전통에 돈을 더 많이 넣기 시작했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그 사람과 오해와 갈등을 풀기 위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려는 노력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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